2021년 8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재테크 열풍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내가 태어나서 이토록 주식, 부동산, 코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대화 주제로 이어졌던 적이 있나싶다.
어머니께 여쭤봐도 그 어려운 시절에도 이런 양상은 없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항상 80년대 얘기를 하시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돈돈 거리진 않았나보다.)
나 역시 투자에 관심이 많고, 참여를 하고있지만 소액이든 무엇이든 돈을 얼만큼 버는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단지 내가 시장에 대한 예측을 하고, 그것에 대한 분석과 생각을 하는 과정이 재밌을 뿐
대차 잔고를 열심히 들여다 보지는 않는다.
이런 내가 주변 친구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재밌는 이 일을 !
하지만 나는 왜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재테크 관련 얘기가 나오면 속이 왜이리 거북한 것일까?
내가 거북한 이유는 요즘 대화가 병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나면 어느 동네가 투자 가치가 있다. 이 종목은 지금 사야한다. 등등
소위 말하는 <돈벌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는게 대부분의 대화 주제이다. (혹은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상상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돈이 있다는 것은 내가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고, 생활을 영위하는데 풍족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돈은 이처럼 좋은 도구이다.
다시 말하지만 도구이다.
5년전까지의 우리는 여행지 얘기를 하고, 재밌는 영화 얘기를 했으며,
각자 셀수도 없이 많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욜로>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누군가는 이게 <코로나> 때문이라고 단정지어 얘기할 것이다.
그것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누군가가 차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재테크 현상을 설명하긴 어렵다.
코로나 초반에는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동물의 집> 같은 게임이 유행하지 않았는가?!
(다른 즐길것들, 관심사들도 많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가 돈이다. 그 돈을 벌어서 앞으로 무얼 할지도 모른채 그저 돈이 목적이 되버렸다.
얼마전 친구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지만, 그 친구는 이제 시작이라며 자신이 관심있는 부동산 얘기를 한다.
사람에 대한 설명을 하다가도 기승전 부동산 소유로 넘어간다.
"그 친구는 이런일이 안풀렸지만... 그래도 그때 집을 사놨잖아."
"그 친구는 얼마전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래도 괜찮아 개부자야. 등등"
내가 세상을 못따라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오랜기간 혼자 집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지난 2년간 무슨 이야기를 주로 해왔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면.. 나도 그들의 생각에 물들었을 수도 있다.
나도 그들처럼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 말이다.
이 모든것은 불안감, 공포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먹고, 자고, 입을... 기본권을 빼앗긴 것이다.
내가 당장 5년뒤, 10년뒤, 그리고 더 미래에 살 수 있는 나만의 좋은 집이 없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단언컨데 이 문제는 다른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공급이 늘어나서 사람들이 집을 구할 수 있을때까지,
혹은 집값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지금 전세를 살아도 나중에 매수하고 싶으면 언제든 집을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까지)
배가 너무 고픈 사람은 다른 생각이 안난다. 당장 추워 죽을것 같은 사람은 패딩점퍼를 혹은 따뜻한 쉼터를 찾을 때까지는 다른 생각을 못한다.
이것들이 지나가야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텐데 도대체 그들의 기본권은 언제즘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이 시간이 조금 아깝다.
우리 인생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행복의 본질에 도구인 <돈>이 너무 많이 개입해 있는 이 시간이 아깝다.
우리가 나누던 사랑, 우정, 슬픔, 동정, 연민
우리가 쌓아가던 추억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서로다른 각자의 성공의 척도
세상을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했던 그 시간들!
이것들은 지금 돈이라는 하나의 척도로 줄세워져있고, 무엇이 되었던 돈을 많이 벌면 그만인 상황이 되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도 이 출구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보다 다채로운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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