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약속이 없는 토요일 오후 지루함에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나오는 어떤 드라마 하나가 큰 재미를 줄 때가 있다. 일이 바쁠땐 요즘 어떤 드라마가 나오는지 그저 사람들의 소문으로만 듣던 와중에, <월간집>은 운명처럼 내게 왔다.

 

#간단한 내용
  부동산으로 개천에서 용난 주인공 구자성(김지석), 월간집에 입사할 때까진 자기 집 마련은 꿈도 못꾸고 모아놓은 돈은 하나도 없는 10년차 에디터 나영원(정소민)은 같은 월간집의 사장과 부하직원으로 만나게 된다. 돈에 대한 집념으로 성공을 이뤄내고 철저히 이성적인 구자성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나영원이 만나서 벌어지는 로맨스 코미디 작품이다.

 

#전반적인 특징

  월간집은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캐릭터와 스토리 곳곳에 집에 관한 이야기가 깔려있다. 집에 관한 월간지 잡지사가 배경이고, 매번 청약을 넣는 사람, 내 집마련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 재건축을 기다리는 사람등 주제의식을 살리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혹은 회사생활을 한다면 회사의 다양한 군집들 속에 존재한다. 다만, 이 드라마를 재밌게 만든건, 각각의 캐릭터를 극단적인 인물로 만들었고 그들의 행동과 말투가 모두 그들의 집에대한 처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속마음을 숨기고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행동했겠지만, 이 드라마 인물들은 우리가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볼 수 있기라도 한듯이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생각을 나타낸다. (집이 있기때문에 사람은 성격이 거만하다, 집이 없을만큼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이런 고정관념을 갖는 건 어렵지만, 이 드라마는 매우 단순하게 집의 상태를 기준으로 인물을 그려놨다.)

 

  이 작품의 또다른 강점은 내레이션을 적게 사용했다고 느끼게 하고, 최대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은 상당히 많고 의미있다.) 소설의 3인칭 시점처럼 인물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소개하지 않아도 각각의 인물들은 굉장히 투명하게 좀생이가 되거나, 상처받아서 눈물을 흘린다. 이런 인물들을 만들어내려면 인물들이 굉장히 과장되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평범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인물은 상당히 적었다. 일반적인 인물에 특별한 사건을 넣는건 이야기가 더 매끄럽고 수월하게 흘러가겠지만, 이렇게 특징적인 인물에 또다시 특별한 사건을 넣는건 이야기가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하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런 주인공들을 옆에서 도와주는 평범한 인물이 좀 더 있어도 좋았을 것 같긴하다. 

 

#겉으로 극단적이고, 내적으로 공통점을 공유하는 두 주인공

 

  우리가 매번 꿈꾸는 그런 사랑이 이런게 아닐까 싶다. “저사람은 겉으론 저래도 사실 속으로 나와 같은 생각일거야” 라며 혼자 마음속으로 사랑하던 인물이 한 명 즘은 있지 않은가? 이 둘이 점점 가까워지는 그 과정이 나는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특히 작가 및 감독은 두 인물의 겉모습을 최대한 반대편으로 몰아 붙이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현실감이 무척 떨어지는 드라마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둘이 가까워질 때 나는 점점 몰입하고 있었다. (극단적인 캐릭터들과 현실에는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우화적인 분위기로 드라마의 현실성은 이미 어느정도 배제시켰다고 느꼈다.)

 

#제작단계에서 어그러진 듯한(축소된 듯한) 이야기 흐름

  이야기, 캐스팅 모두 좋았으나, 드라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0~12부의 이야기가 많이 아쉽다.

1.     주인공의 사랑의 형성 및 데이트 기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는 아무래도 주인공 유자성의 표현이 서투르고, 둘 관계를 유머의 소재로 쓰다보니 벌어진 일인 것 같다. 다만, 작가는 초반 구성에서는 이렇게 작품으로 표현될거라 예상하진 않았을 것 같다. 16부작의 틀을 맞추려면 몰래 데이트 장면을 좀 줄였어야 하는 것 같기도하고, 둘의 사랑에 관한 내용이 어찌됐든 너무 짧았다. 아니면 스토리가 20부작에 어울리는 이야기였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느낌은 시청자 개인으로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이란 걸 언급하고 싶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짤리고 건너뛴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겸의 사고 이후 자성의 헤어지자는 이야기라든지, 다 죽은 사람이 몇분만에 우리 눈앞에 멀쩡하게 돌아온다든지)

 

2.     뜬금없는 헤어짐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초반 구상단계에서는 더 많은 스토리가 있을 것이고, 이걸 다듬는 과정에서 생략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부분을 주인공 구자성은 이성적이고 꽉 막힌 인물이니깐, 구자성과 신겸의 관계는 돈독하니깐 등의 논리적인 관계만으로 이 헤어짐을 쉽게 이해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전체적인 구성은 유머스러울 수 있지만, 인물들의 관계는 보다 우리 주변에서 납득이 갈만하게 그려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작품은 어떤면에서 굉장히 쓰기 어렵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진으로 찍듯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고, 상당부분 작가의 상상으로 세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특징적인 인물들의 성격을 유지시키고, 중간에 변화를 그리는 일은 작가 개인의 역량으로 온전히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감사하게 보고있다. 

 

마지막으로 쏨뎅이로서 소민 배우님께 궁금한게 있다. (누가 된다면 바로 삭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소민 배우의 이번 나빵원 역이 이전의 다른 배역과 겹치는 느낌이 든다.이번생은 처음이라, 아버지가 이상해의 배역도 주인공은 내적으로는 매우 여리고 소심하고 착한 성격을 지녔다. 이번생의 처음이라와는 특히 비슷하게도 주인공은 집한채 없어 가난에 떨고, 남자친구는 마음에 일종의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Q) 이런 배역이 본인의 기본적인 성격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생활연기가 가능하여 선택하는가?

Q) 이런 배역이 본인을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선택하는가? 그렇다면 그 작전은 100%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수줍은 연기는 점점 좋아지고, 목소리 내는것도 좋다.)

Q) 아니면 배역의 선택권이 크게 없는가? 매년 쉬지않고 작고, 크게 연기를 해주시기에 그냥 그렇게 다가오는 작품중 하나인가?

 

  내가 본 소민배우의 작품이 얼마 되지도 않고, 비슷한 배역을 하는게 아무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과도한 관심이 배우에게 큰 스트레스라면 단연코 표현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나의 일주일의 스트레스 중 일부를 지워주는 월간집과 정쏨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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