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쿠다 히데오><버라이어티>라는 작품에 대한 리뷰를 써보고자 한다.

 

강원도 철원에서 군생활을 할때, 군대 내에 정말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

말이 도서관이지 작은 방에 전역자들이 놓고가는 책들을 쌓아둔 그런 곳이였다.

 

그때 공중그네, 면장선거, 스무살 도쿄 와 같은 작품들을 읽었다.

매우 충격적이였던건, 이게 이렇게 가볍게 표현할만한 내용인가? 싶을만큼

유머러스하게 내용을 적는 그 능력과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마치 모든 일을 아는 어른이 내용을 서술하듯이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오쿠다 히데오는 이와같이 매우 해학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였는데,

그의 작품이 많은만큼 내가 알지못한 그의 모습을 <버라이어티>를 통해 알게됐다.

 

이 작품은 매우 현실적이고, 진지한 드라마 같은 단편집이다.

 

< 작품 개요 >

- 나는 사장이다!

- 고맙습니다

- [대담] '웃음의 달인' 뒷이야기

- 드라이브 인 서머

- 크로아티아 vs 일본

- 더부살이 가능

- [대담] 모든 사람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 세븐틴

- 여름의 앨범

- 작가 후기

 

이 소설집은 [대담]을 넣어서 좋았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생각을 작품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장이다! 와 고맙습니다 는 내가 매우 공감할만한 내용이였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본인의 사업체를 운영하고싶어서 퇴사하는 과정과 그 이후 벌어지는 어려움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 부분에서 보다 일본적이라고 느낀건, 그들이 가진 자존심이라는 것과 인간관계가 업무의 대부분에 엮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물론 그런점이 크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일본인들이 가진 상하관계, 개인의 자존심, 내가 니 돈줄을 쥐고 있으니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자는 것 같은 이야기는 요즘의 한국사회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입사 초반에 느꼈을때는 정말 크다고 느꼈는데, MZ 세대분들께서 사회에 녹아들면서 저런 전통적인 관점을 줄어든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미생을 떠올려도 약간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다.

 

    두 [대담]을 보고 크게 느낀점이 있다.

 

    첫 번째는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글쓰기 방식이 스티븐 킹이 말한것과 같은 방식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정해두지 않고 쓰는것! 그렇게 해야 나도 미래의 내용을 모르고 글을 쓰고, 그렇게 해야 독자도 내용이 궁금해서 따라간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글을 보다보면 너무 예측이 가거나, 억지로 복선을 집어넣는 모습을 보곤한다. 이런것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글에 개입하고, 계획적으로 이야기에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글을 쓰다보면, 얘기치 않게 인물들이 사고를 치고, 나 역시도 그 사고를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해 하며 글을 쓰곤 한다. 이런식의 글이 사실 힘은 들지만, 또한 창작의 즐거움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두 번째 대담에서 나온 내용은 일본인들의 포기하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은 될 수 없기에 차라리 현실적으로 더 열심히 더 뛰어나게 되는 걸 포기하는게 낫다는 것인다. 이 이야기는 <야마다 다이치> 라는 사람이 한 것인데, 나는 이것이 정답이고, 바른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의 말에 반대한다. 이런 작품을 만드므로써 일본인들의 삶과 성장에 대한 원동력을 더 감소시킨것 아닌가?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의 욕망과 만족을 위한 노력은 주인공 혹은 1등의 조건을 떠나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글을 써서 1등 작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더부살이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도록 썼으나, 다른 작품 대부분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 돼? 하는 느낌으로 글이 끝난다. 아마도 더 길게 쓰려면 쓸 수 있는 어떤 장편의 한 부분들을 마무리 지은 습작 노트 같은 느낌의 책이다. 

 

     내가 기대한 오쿠다 히데오의 글이 아니기에 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바라볼때 다양한 작품을 쓴 작가로 인식할 수 있었다. 다만, 완성도 있게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편안해 지기보다는 누군가 그의 작품을 많이 읽고 좀더 알고 싶을때 읽으면 좋은 그런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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